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이재훈 개인전 '이상한 정원 □ 희한한 동네' 개최

재료 확장과 형식 실험을 통해 현대미술 속 동양화의 동시대성에 대해 질문 던져
‘건식 벽화기법(FRESCO Technique)’을 활용한 촉각적 작품 선보여

이동현 승인 2020.07.29 15:33 의견 0
이재훈, 산′ 넘어 산″ ····(Mountain′ over mountain″…·), 2020, 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 195×140cm [사진=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나눔경제뉴스=이동현기자]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오는 8월 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이재훈 작가의 개인전 ‘이상한 정원 □ 희한한 동네’을 개최한다. 이재훈은 전통 회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재료를 확장하고 형식을 실험하면서 현대미술로서 동양화의 동 시대성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이번에는 새로운 각도로 접근한 동양화 방법론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인식한 것들을 시각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동양의 전통 산수화에는 와유(臥遊)라는 화론이 있다. 자연을 묘사한 산수화를 방에 걸어 두고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을 가진 이 개념은 중국 남북조시대 화가 종병(宗炳, 375~443)의 ‘화산수서(畫山水序)’에 처음 등장했다. 단순한 산수화 감상을 넘어 형식적 전유로 그 본질을 이어받고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공간을 전유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동네’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현상 등을 인지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한다면, ‘정원’은 동네에서 경험하고 인식한 것들을 시각화한 장소가 된다. ‘정원’을 감상하는 이들은 그 형태가 다소 추상적일지라도 마치 화가 종병이 와유하는 것처럼 작가가 그려낸 장소의 본질을 공감하고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재훈, 아저씨가 만든 무지개(Rainbow made by Mr.), 2020, 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 200×140cm [사진=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전시 제목에서 ‘동네’와 ‘정원’을 연결하는 ‘ㅁ’자 기호는 정원을 구성하는 공간(위요공간)과 동네의 구획된 공간의 모양을 대치하는 일종의 시구(詩句)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저씨가 만든 무지개‘, ‘산′ 넘어 산’… , ‘낙과 침입’, ‘○별, 총총총, 탕탕탕’ 등의 작품명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시구 형태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제발(題跋, 그림 위에 쓰여진 그림과 관계된 글) 형식을 따른 것이다.

전통에 대한 고민과 관심은 제작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장지에 석회, 먹, 목탄가루를 올려 회벽과 같은 질감을 만드는 ‘건식 벽화기법(FRESCO Technique)’은 2008년에 직접 고안하여 현재까지 사용해온 그만의 특유한 기법이다. 장지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활용하는 제작 과정은 뒷면에 색을 칠해 배어 나오게 하는 전통 채색법인 배채법을 적용한 것이며, 돌 표면의 질감 같은 거칠거칠한 화면의 환영은 감상자의 시각적 감상을 넘어 촉각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준다. 촉각적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는 부조의 형식(음각과 양각)을 재현하여 보다 입체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화의 추상성에 대한 담론에 초점을 맞춘 다수의 대형 신작들을 공개한다. 동양화 또는 한국화의 역사에서 이미 완성된 결과물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비판하며, 전통 회화와 동시대 회화의 관계를 이어가는 작업을 통해 관람자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함께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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