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회화을 선보이는 '2020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 정수정 개인전 오는 23일 개최

SF, 마블(Marvel) 영화를 보는 듯이 스펙터클한 화면 구성과 등장인물 선보여
밀도 높은 작업으로 유화물감의 두터운 마티에르와 붓질의 제스처, 흩뿌리기, 흘리기 등 다채로운 회화 스타일

이동현 승인 2020.07.20 15:03 의견 0

 

정수정_Our starman_2020_oil and oil pastel on canvas_193.9×259.1㎝ [사진=OCI미술관 제공]


[나눔경제뉴스=이동현기자] OCI미술관에서 오는 23일부터 2020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 정수정의 개인전 ‘빌런들의 별’을 개최한다. OCI미술관의 2층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만 35세 이하의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OCI Young Creative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수정은 OCI Young Creatives로 선정된 이후 약 1년간 오롯이 작업에만 몰두하여 전시를 준비하였다.

‘빌런들의 별’이라는 제목처럼 마블(marvel)이나 SF적 상상력이 다분히 가미된 이번 전시에는 반인반수 등 여러 모습의 빌런(villain)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흔히 빌런은 영화나 만화에서 히어로(hero)의 주변 인물이자 히어로와 대결하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정수정의 작품에서 이들은 오히려 중심인물로 맹활약하며, 선과 악을 구분하는 고정관념을 흩트려 놓는다.

정수정_A young painter’s imagination_2020_oil on canvas_130.3×162.2㎝ [사진=OCI미술관 제공]


정수정의 빌런들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매와 과장된 행동으로 도발적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저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짓궂은 존재들일 뿐이다. 이들은 소유욕, 지배욕,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좌충우돌, 야단법석, 왁자지껄한 소동을 벌이며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에는 유난히도 쿵! 폭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빌런들은 바로 이 한 방의 액션으로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순간 이동하는 통로(portal)를 열어젖히며 다차원적 상상의 우주를 펼쳐낸다. 중첩되는 이미지 속에는 비행기며, 팬지꽃이며, 쇠똥구리며 온갖 일상에서 익숙한 사물이 모여 엉뚱하고 생경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만들며 관객을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초대한다. 또 다른 한편, 관객은 작품 속에서 붓이나 연필을 든 화가의 모습도 찾아볼 수도 있다. 작가의 분신이자 페르소나(persona)인 그림 속 화가는 붓을 휘둘러 세상을 바꾸고 싶으나, 제 붓에서 탄생한 존재들조차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구는 익살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림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그림을 그려 저만의 세상을 만드는 화가의 고충과 은근한 신세 한탄이 재치 있게 묻어나서 보는 사람도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정수정_The earthquake_2020_oil on canvas_130.3×162.2㎝ [사진=OCI미술관 제공]


탄탄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준비된 이번 전시는 아이디어의 연상 작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와 함께 곳곳에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소재의 디테일은 회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더불어 정수정의 작품은 유화 물감의 두터운 마티에르(matière),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기다란 물감 자국, 스타카토(staccato) 선율처럼 경쾌하게 총총 흩뿌려진 스프레이 등 다채로운 회화의 기법으로도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지금껏 줄기차게 구상 회화에 몰두해온 정수정은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귀국한 이후 2018년부터 매해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인 ‘빌런들의 별’은 흥미로운 주제와 과감한 화면 구성, 다양한 회화 기법, 밀도 높은 작업의 완성도를 보여주어 작가가 앞으로 펼쳐낼 작품 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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