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동시 개최되는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시오타 치하루의 여정
평면, 조각 작품 각각 20여점 전시
가나아트센터 8월 23일, 가나아트 나인원 8월 2일까지

이동현 승인 2020.07.16 12:41 | 최종 수정 2020.07.16 12:43 의견 0
Shiota Chiharu, Beetween Us, 2020, red wool, wooden chairs installation view,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사진=가나아트 제공]


[나눔경제뉴스=이동현기자] 가나아트는 일본 오사카 출신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 1972-)의 개인전 'Between Us'을 7월 16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평창동 전시장은 전체가 빨간실로 가득 채워진 대형 설치 작품과 드로잉, 조각 등이 전시되고, 한남동은 드로잉, 판화,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 치하루는 호주에서 폴란드 출신의 작가,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1930-2017)의 설치 작품을 본 후, 독일 유학을 결심한다. 작가는 1996년 독일로 유학 길을 떠나 함부르크 조형 대학에 진학한데 이어, 브라운슈바이크 예술대학에서 러시아 출신의 퍼포먼스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1946) 밑에서 퍼포먼스를 공부한 후,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1944-)의 제자로 수학했다. 때문에 시오타의 초기 퍼포먼스 작업들은 그의 스승인 마리나와 레베카의 영향을 받아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시오타는 졸업 후에도 독일에서 생활하며 유럽, 아시아, 미주 등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Shiota Chiharu, Beetween Us installation view,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_2 [사진=가나아트 제공]


 시오타 치하루는 인간의 유한함과 그에 따르는 불안한 내면을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그는 경험의 파편들 속에서 느낀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내면과 성찰을 드로잉,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까지 하나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미술을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예컨대, 어린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과 트라우마를 작업에 투영한다. ‘혈관’, ‘머리카락’ 혹은 ‘피부’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업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있던 불안정했던 시기에 완성된 결과물로서 죽음에 대한 오랜 고뇌를 통해 시오타는 죽음은 육체의 끝이며 영혼과 의식은 영원히 존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았다. 전시장 한 켠을 크게 자리하는 ‘Out of my body’(2020)는 부드러운 가죽을 설계도를 그리듯이 칼로 도려낸 후, 이를 천장에 걸어 마치 피부처럼, 혹은 떨어지는 핏물처럼 길게 늘어트리는 작업이다. 그는 2017년 암이 재발한 후 처음으로 이 연작을 시도했으며 투병생활을 하며 겪은 고통을 작업에 투영하였다.

Shiota Chiharu, In the hand, 2020, Bronze, brass wire,32 x 26 x 28 cm, Gana Art Photo by Lee Dong Yeop, Copyright Gana Art and the artist [사진=가나아트 제공]


 죽음을 단순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하는 시오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경계와 개인 존재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이어갔다. 가나아트센터 3전시장에 설치된 ‘Between Us’(2020)는 시오타를 대표하는 설치작업 중 하나로, 이 실들은 내면에서 서로 관계되는 수많은 생각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과 관계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공간에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실을 통해 시오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뿐 아니라, 실존을 향한 탐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공간에 일률적으로 놓여져 있는 의자들은 각각의 ‘개인의 존재’을 의미하기도 하며 공간 안에서 서로 관계 맺으며 사회적 공간을 창출하는 상징 도구다. 시오타는 특히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오브제들을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이 작업에 사용된 의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의자를 사용한 누군가의 기억, 그리고 그들의 의식이 오브제에 남아있다고 여긴다. 이는 죽음 이후에도 영혼과 기억은 남는다는 그녀의 철학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오타는 실을 활용한 작업과 더불어 세포를 연상시키는 조각들, 그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상적인 소품을 활용하여 존재와 내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의자, 열쇠, 책 등과 같은 오브제들은 평범함 그 이상을 의미한다. 배는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상징 도구이며 집은 삶과 직결되는 공간으로, 생명이 싹트고, 사라지기도 하며 동시에 구성원 간의 관계가 정립되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작업을 통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전반적인 작업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시오타  치하루의 여정을 따라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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